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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5 19:13 수정 : 2010.04.15 19:13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역할을 제약한 코미디 같은 일이 여러차례 벌어졌지만, 며칠 전 전원회의에서 나온 일부 위원들의 발언만큼 한심하지는 않았다. 다수파인 이들은 법에 규정된 인권위의 기본적인 책무조차 모르거나, 알면서도 억지로 묵살하며 정권에 봉사하는 짓을 예사로이 저질렀다.

대한민국을 원고로 해 국가정보원이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법원에 의견을 낼지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였다. 한 인권위원은 “인권위보다 사법부가 인권 전문가”라며 의견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고, 다른 위원들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한 의견 제출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결국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이들의 주장에 따라 결정은 유보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권전문기구는 사법부가 아니라 인권위다. 그렇지 않다면 인권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8조 역시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계속중인 경우 법원의 담당재판부 또는 헌법재판소에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법원에 인권문제와 관련된 국내적 또는 국제적 인권기준을 알리는 것이 국가인권기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못박아 놓았다. 인권위는 그동안 여덟차례나 법원에 의견을 낸 바 있다.

위력을 가진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분명히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중대한 인권사안이다. 이에 대해 의견을 내는 건 인권위의 책무다.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 등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인권위원들은 의견 제출을 막는 것을 급선무로 삼았다. 인권 침해 여부보다 정권의 코드에 맞추는 게 더 중요했던 셈이다. 인권위는 이들이 있을 곳이 아니다. 스스로 무자격자임을 고백했으니 물러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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