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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상회담을 할 생각인가 |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내각에서 망언의 단골 장본인인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이 또 파문을 일으켰다. 나카야마 문부상은 그제 시즈오카에서 열린 모임에서 “종군위안부라는 말이 원래 없었는데, 교과서에 나왔다가 사라진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이름)의 날’ 제정 선포로 한-일 관계가 험악해진 지난 3월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학습지도 요령에 명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우리는 나카야마의 거듭되는 망언에 분노하기에 앞서 자신의 말을 수시로 뒤집는 뻔뻔스런 행태에 측은한 마음부터 든다. 교육이라는 주요한 과제를 담당하는 장관이라기보다는 인격에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역사교과서에서 위안부나 강제연행 등의 표현이 줄어든 것은 잘된 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사죄 기자회견까지 했다. 올 1월에는 비슷한 망언을 늘어놓으면서 “더는 실언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실언하고 싶다”며 사죄가 빈말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나카야마는 군국주의적 역사관을 반영하고 있는 후소사 간 역사교과서 제정을 후원해온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의 대표를 지낸 사람이다. 그의 책임 아래 진행되는 교과서 검정 작업에서 역사왜곡 서술이 고쳐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우리는 이런 저급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계속 중용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양식을 의심하게 된다. 최근 한국·일본·중국 사이에 역사인식 갈등이 심각하게 전개됐을 때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를 향해 반성의 뜻을 수없이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입에서 버젓이 망언이 나오고, 총리가 이를 용인하고 있는데 이웃 나라들이 어떻게 신뢰를 할 수 있는가? 최근 한국 정부 한쪽에서는 이달 하순에 잡혀 있던 한-일 정상회담의 연기를 검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구체적 행위가 없다면 정상회담 불용론이 더욱 힘을 받게 돼 우려스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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