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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2 19:29 수정 : 2005.06.12 19:29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원만하게’ 끝난 것 같다. 두 정상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핵 문제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한 것은 때가 때인지라 각별한 의미가 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정상회담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하고 6자 회담 복귀를 늦추면서 부시 행정부 일각에서 강경한 목소리들이 마구 터져나왔다. 6자 회담 무용론이나 유엔 안보리 회부 등 강경 대응책에다 북한을 자극하는 거친 말들이 고위 당국자들 입에서 잇따라 나와 상당한 우려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평화적·외교적 해결 방향을 명확히 하고, 북한이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면 대북 다자 안전보장과 에너지를 포함한 실질적 지원은 물론, 북-미 간에 좀더 정상적인 관계가 가능할 것임을 확언한 것은 다행스런 결과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되풀이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미스터 김정일’로 호칭하는 등 신경을 쓴 것도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명분을 제공하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며칠 전 ‘뉴욕 채널’을 통해 회담 복귀를 시사하는 희망적 신호를 보낸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정상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한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았다는 관계자 설명은 전반적으로 6자 회담 재개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음과 함께 북핵 국면이 최악의 위기 상황을 벗어났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최근 논란이 불거졌던 한-미 동맹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이 큰 이견을 표출하지 않고 확고한 공조를 다짐한 것도 눈에 띈다. 부시 대통령이 압박하지 않을까 걱정되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외교안보장관들이 계속 협의하도록 하고, 미국 한쪽에서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회담장에서 거론하지 않고 넘어간 것 등은 바람직한 결과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자칫 미국 압력에 밀려 이를 용인하면, 대만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일으킬 경우 우리는 매우 위험한 처지에 빠지게 되므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다만 북핵 문제를 푸는 최대 고빗길에서 미국의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내야 할 절박한 상황이어서 외교적으로 어려운 처지였는데 비교적 잘 대처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미 동맹 문제는 한반도 안보 및 민족의 장래와 직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적 쟁점으로 이용돼온 측면이 있어 유감스럽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과장되게 부풀려진 한-미 갈등설이 수그러들고 국익 차원에서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 해결과 6자 회담 재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분기점이다. 비록 북한이 요구하고 희망해온 것에는 못미치지만,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재확인하고 실질적 지원과 북-미간 정상적 관계 가능성까지 다짐한 이상 이제 북한이 상응하는 대답을 해야 한다. 마침 6·15 남북 공동선언 다섯돌을 맞아 대규모 방북단이 평양을 가고, 뒤이어 남북 장관급 회담이 서울에서 열리도록 돼 있다.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 촉구의 유용한 통로임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인정한 만큼 남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6자 회담 복귀에 대한 북한의 결단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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