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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잦은 군 사고, 총체적인 기강해이 탓 아닌가 |
천안함 실종 장병들이 통곡 속에 운구되던 그제 저녁, 전남 진도 해상에서 초계 활동 중이던 해군 링스헬기가 추락해 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강원 철원의 최전방초소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병사가 총기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천안함 참사와 마찬가지로 안타까운 희생이다.
군 관련 사고는 최근 부쩍 잦아졌다. 지난달 3일에는 육군 500엠디(MD) 헬기가 야간 훈련 중 경기 남양주의 비닐하우스로 떨어져 조종사 2명이 숨졌다. 하루 전인 3월2일에는 공군 에프(F)-5 전투기 2대가 잇따라 추락해 조종사 3명이 사망했다. 두 달도 안 되는 동안 육·해·공군에 걸쳐 이렇게 사건·사고가 잇따른 적은 일찍이 없었다. 병력의 운용·관리에서부터 정비, 경계와 작전에 이르기까지 군의 총체적인 기강 해이가 의심된다.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니 군의 대비 태세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정비나 운용, 훈련이 좀더 정교하게 이뤄졌어야 했다. 예컨대 500엠디 헬기는 30년 이상 된 노후 기종이다. 1976년 도입 뒤 50여 차례나 추락사고를 냈다. 에프-5 전투기도 2000년 이후 10대가 추락한 사고 빈발 기종이다. 기체 결함이 의심된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런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고가 잇따른 3·4월이 군의 각급 인사로 어수선한 때라는 점도 공교롭다.
군 지휘부의 기강 해이는 이런 점에서 더 걱정된다. 천안함 침몰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이 첫 보고를 받은 것은 사건 발생 49분 뒤였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보다도 3분 늦은 밤 10시14분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군 수뇌부가 최고대비태세가 발령된 비상상황을 1시간 가까이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된 게 합참의 지휘통제반장이 두 사람에 대한 보고를 깜빡 잊었기 때문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사건 당일 현장의 혼란과 지체도 그 때문일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 지휘보고 및 작전 체계가 이렇게 구멍 뚫린다면 그 참화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군과 정부는 더는 군사기밀이나 불가항력 따위 핑곗거리를 찾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군에 대한 신뢰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국민의 믿음을 되찾으려면 철저한 책임 추궁과 함께 폐쇄적인 군 문화의 혁신 등 근본적인 발상 전환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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