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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재철 사장, 문화방송 망가뜨리려 작심했나 |
<문화방송>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 열흘이 넘었으나 김재철 사장은 회사 밖으로만 돌고 있다. 장기화하는 파업을 풀어보려는 시도조차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공영방송의 한 축을 이루는 문화방송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공영방송은 공공의 자산인 만큼 김 사장의 이런 무책임한 행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는 문화방송 사장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보직 간부들까지 성명을 내는 등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텔레비전 제작본부 보직부장들이 그제 성명을 낸 데 이어 어제는 피디협회·기술인협회·아나운서협회 등 직능단체들이 공동 성명을 냈다. 앞서 문화방송에 입사한 지 20년이 넘은 사원들도 잇따라 성명을 낸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이번 파업의 책임이 김 사장의 황희만 부사장 임명에 있으니 임명 철회로 사태를 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문화방송 인사에 권력이 개입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고발함으로써 실추된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화방송 내부가 들끓고 있지만 김 사장은 엉뚱한 데만 관심을 쏟는 것 같다. 노조는 “김 사장이 지난 9일 고향인 경남 사천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회사보다는 지역구 챙기는 데 더 열심”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 사장의 각별한 지역구 챙기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지역 정치권에는 (김 사장이) 2012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안팎의 비판을 무릅쓰면서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정치권 진출을 위한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 사장은 문화방송을 두번 망가뜨리는 셈이다. 공영방송의 인사에 권력 핵심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장이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방송 기자로 일한 김 사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김 사장은 지금이라도 회사로 돌아가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사태 수습의 첫걸음은 황 부사장 임명 철회이며, 그 마지막은 조직을 추스른 뒤 김 사장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만약 문화방송을 바로 세울 의지도 자신도 없다면 그 이전이라도 빨리 물러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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