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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섣부른 ‘북한공격설-대북보복론’을 경계한다 |
천안함 참사 22일 만인 그제 북한이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군사논평원 이름으로 나온 이 글은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이 어뢰를 쐈다는 북한관련설은 날조’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북한이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든 자신의 관련을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글 내용을 보면 북쪽 역시 상당히 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쪽은 자신의 관련설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응징’과 ‘단호한 행동’, ‘국제사회를 통한 새로운 제재’까지 모의”하는 상황이 돼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천안함 참사로 인한 한반도 상황 악화를 바라지 않음을 에둘러 주장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천안함 실종자가) 동족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있어서는 안 될 유감스런 불상사로 간주해왔다”는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북쪽은 그러면서 북한관련설의 배경에 지방선거와 대북정책 정당화 등 남쪽 내부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쪽이 실제로 참사에 관여했든 아니든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남쪽에서 북한공격설을 거론하는 것은 사정이 다르다. 북한공격설은 상응하는 행동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곧 충분한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 북한공격설은 천안함 참사로 인한 문제들을 풀기는커녕 의외의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참사 초기부터 북한의 공격을 전제로 군사조처 등 갖가지 대응을 요구해온 일부 보수세력과 언론의 태도는 섣부르고 무책임하다.
북쪽이 천안함 참사에 관여했다면 분명한 동기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막연히 ‘북쪽이 알려지지 않은 신무기를 사용해 전쟁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을 벌였다’고 주장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가능성으로만 보자면 이보다 더 그럴듯한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단 없는 엄밀한 조사가 필수적인 까닭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성급한 추정을 밀어붙여 사태를 악화시켜서는 모두가 피해자가 될 뿐이다. 혹시라도 이런 과정에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다면 더 큰 문제다. 굳건하면서도 균형 잡힌 태도가 요구되는 것은 정부와 조사단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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