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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8 20:49 수정 : 2010.04.18 20:49

이기수 여주군수가 한나라당 지역 국회의원에게 2억원을 건네려다 덜미를 잡힌 사건은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돈의 전쟁’의 한 단면을 생생히 보여준다. 다행히 돈을 건네받은 이범관 의원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사건은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물밑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돈의 향연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

우선 이번 사건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 지역위원장이 공천 과정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함을 보여준다. 각 정당은 공천비리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클린공천감시단을 발족하거나 공천배심원제도를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치풍토가 따르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다. 특히 현역 의원들이 공천의 목줄을 쥐고 있는 현실은 후보들의 줄대기와 공천헌금 등 비리의 근원적 온상이 되고 있다. 이 군수가 거액의 현찰을 준비한 것도 평소 관계가 원만치 않은 이 의원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돈다발로 봤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돈의 악취는 이미 곳곳에서 진동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한 중진의원 보좌관이 기초의원 선거 예비후보자한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전북 익산과 경기 의정부 등에서도 공천헌금 문제가 말썽을 빚고 있다.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으려면 최소한 얼마를 내야 하고,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공천을 받으려면 얼마가 필요하다는 따위의 이야기도 공공연히 흘러다닌다.

선거 과정에서 돈을 뿌리고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은 재임중 검은돈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여기저기 손을 내밀기 마련이다. 오근섭 전 양산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진 빚 60억원을 갚기 위해 24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자살한 사건은 가장 비극적인 예다. 4기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약 41%인 94명이 비리 혐의로 기소된 것도 돈선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천 비리 근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 대책은 좀더 종합적이고 거시적이어야 한다. 단 한 차례라도 돈 문제로 형사처벌을 받은 정치인들은 공천 대상에서 영원히 배제하고, 주민감시제도와 주민소환제도 등 자치단체장들의 비리를 막을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돈선거의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정치 선진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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