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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입은 묶고 돈은 풀려는가 |
현행 통합선거법의 기본 취지를 흔히 ‘돈은 묶고 입은 푼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불법 금권 선거는 철저히 막되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최대한 보장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관위는 트위터를 활용한 선거운동이나 무상급식 서명운동 등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경찰은 준법 1인시위마저도 불법 시위로 규정해 막는 등 집회와 시위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는 사이 공천헌금 등을 둘러싼 돈선거의 악취는 곳곳에서 진동한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어느 면에서는 선거판이 조금 왁자지껄한 것이 좋다. 특히 50%를 밑도는 낮은 투표율로 줄곧 대표성 문제를 야기해온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분위기를 북돋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트위터를 활용한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만 해도 그렇다. 트위터 선거운동을 방치하다 보면 자칫 여러가지 폐단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트위터가 참여민주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며, 규제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트위터의 부작용을 막을 궁리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올바른 트위터 선거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각종 집회에 대한 선관위와 경찰의 과잉대응은 관권선거 논란의 소지마저 있다.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 등의 주제는 이번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중요한 정책적 이슈들이다. 이번 선거를 바람직한 정책선거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당국이 토론과 공방의 장을 마련해도 시원치 않다. 그런데도 무조건 틀어막고, 해산하고, 연행하기 바쁘다. 이는 이런 논쟁이 결국 여당한테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유권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집회가 활성화되고, 편한 사람들끼리 모여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른바 ‘커피 파티’ 등의 새로운 유권자 운동이 등장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변형된 운동 방식은 인터넷 활성화, 유권자들의 관심과 욕구 변화 등이 맞물려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당국의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와도 무관치 않다. 선관위와 경찰의 제재가 워낙 심하다 보니 이를 피해서 우회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과연 당국은 언제까지 유권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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