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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여당은 중소상인들을 그만 농락하라 |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유통대기업 가맹점(가맹점 SSM)을 규제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 절차가 표류하고 있다. 기업형 슈퍼 등을 규제하는 개정법안이 지난 연말 국회에서 부결된 데 이어 4월 국회에서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이 관련법 개정에 소극적인데다 이제는 중소기업청까지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형 슈퍼 등에 대한 규제에 반대하는 주요 논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등이 이런 논리를 들이대며 관련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바람에 지난해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어제 공개된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보면, 육류나 과자·음료 등은 시장 개방 품목에서 제외돼 있어 이런 품목에 대한 규제는 무역기구 규정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진정으로 중소상인들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이런 규정을 적극 해석해 기업형 슈퍼의 영업품목 제한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청까지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유감이다. 그동안 중기청은 정부 안에서 유일하게 기업형 슈퍼 규제를 지지하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런 중기청이 최근 기업형 슈퍼 규제 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중소상인을 보호·육성해야 할 자신의 존재 의의를 무색하게 하는 한심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태도도 문제다. 한나라당은 무역기구 규정 등을 들먹이며 중소상인들에게 별 실익도 없는 전통시장 지원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만 거론하고 있다. 중소상인을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대기업 편에 서서 눈치만 보고 있는 꼴이다. 중소상인들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기업형 슈퍼 등이 육류나 음료·유제품 등을 팔지 못하도록 영업품목 규제를 법제화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사업조정 권고 불이행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유통대기업의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정부·여당이 기업형 슈퍼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는 하지 않고 말로만 친서민을 외치는 건 중소상인들을 농락하는 행태다. 진정으로 중소상인을 위한다면 포장마차에 가서 떡볶이나 사먹는 쇼를 할 게 아니라 국회에서 중소상인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여당이 진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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