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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 결정까지 무시한 한나라당 의원의 ‘패악’ |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그제 전교조와 교총 등 5개 교원단체 소속 교원 22만여명의 명단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법의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결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조 의원의 행위는 법치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짓이다. 법치주의는 법 앞에서의 평등과 함께 법원 판결에 대한 존중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 법원 판결이 함부로 무시된다면 기본권이나 재산권, 민주주의 제도의 존립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법원 결정에 불복한다면 항고심 결정을 기다리는 등 절차를 따르는 게 법치주의의 원칙이다. 조 의원은 이를 모두 무시했다. 법원 결정을 ‘월권’이라는 해괴한 언사로 비난한 데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법원 결정을 짓밟았다. 민주국가의 기본을 이루는 법치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국기 문란이 아닐 수 없다. 선을 넘은 패악이기도 하다.
명단 공개를 변호하며 내놓는 주장도 가당찮다. 조 의원은 교원단체의 활동이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과 관련된 알 권리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미 “명단 공개는 학습권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시했다. 명단 공개는 교원의 개인정보에 관한 것으로, 교육관련법에서 정한 정보공개의 범위를 벗어난 실정법 위반이라는 게 이번 가처분결정의 뜻이다.
명단 공개가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명단 발표로 전교조 등에 가입하거나 회원으로 있는 데 부담을 느끼고 실제 불이익까지 받게 되면 결사의 자유는 본질적인 침해를 받게 된다. 실제로 조 의원은 이번 명단 공개가 전교조를 위축시키려는 것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사실상의 마녀사냥인 셈이다.
이런 논란을 무릅쓰고 명단 공개를 강행한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나라당은 이미 6월 지방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상급식 논란 등으로 지방선거의 주도권을 뺏긴 데 초조감을 느낀 탓이겠다. 노동부가 조합 해산 조처로 이어질 수도 있는 조합 규약 시정명령을 느닷없이 전교조에 내리고, 검찰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급여기록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전교조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이미 펼쳐지고 있다. 전교조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부각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이러고도 입만 열면 법치를 말하는 행태가 가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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