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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적 희귀 동식물까지 말살하는 4대강 사업 |
국토해양부가 환경부의 공사중단 요청까지 무시하면서 멸종 위기종들의 서식지인 남한강 도리섬 일대에 대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도리섬을 포함해 한강 6공구 17.5㎞의 공사를 중단하고 전면적인 생태계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이를 묵살한 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가 뒤늦게나마 공사중단을 요청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난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멸종 위기종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보전 대책도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조처였다. 특히 도리섬 일대는 멸종 위기종 2급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을 비롯해 황조롱이, 흰꼬리수리 등 많은 희귀 동식물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다. 환경부가 지적한 것처럼 주변에 다른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국토부는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부와 함께 전면적인 재조사에 나서는 게 옳다.
정부는 도리섬 일대를 포클레인으로 준설한 뒤 샛강을 만들고 광장, 자전거도로, 데크, 목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공사를 하면 겉모습은 그럴듯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들이 살고 있다면 그만큼 현재의 서식 환경이 좋다는 뜻이다. 이를 중장비로 파내고 인공적으로 꾸미는 게 과연 강을 살린다는 취지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특히 시간에 쫓겨 급하게 이뤄지는 공사로 단양쑥부쟁이 등의 생육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공사 현장의 보호 장치는 군락지 경계선을 표시하는 깃발과 표지판 몇개뿐이다. 정부는 단양쑥부쟁이 군락을 대체 생육지로 옮겨 심겠다고 했다. 하지만 희귀 식물들은 옮겨 심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치밀한 준비 없이 섣불리 옮겨 심어서는 오히려 멸종을 재촉할 수 있다. 단양쑥부쟁이 이외의 다른 멸종 위기종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실태조사도, 보호대책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공사중단 요청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환경영향평가법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역점사업이니까 법이나 절차가 필요없다는 식의 태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멸종 위기종들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기 전에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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