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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22 21:04 수정 : 2010.04.22 21:04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교육감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찰청 내부 문건이 발견됐다. 내용을 요약하면, 진보성향 교육감 후보에 대해서는 ‘감시’를, 보수성향 후보에게는 ‘도움이 되는 정보’를 요구한 것이다. 경찰이 친여 교육감 후보의 선거 도우미로 발벗고 나섰음이 한눈에 확연하다.

경찰의 선거 개입 역사는 이승만 정권 시절 시작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실로 줄기차다. 모세혈관처럼 촉수를 뻗치고 있는 경찰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도 무척 컸다. 지난 정부 이후 경찰의 선거 개입 논란이 뜸한가 했더니 역시 경찰은 과거의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선거든 전쟁이든 정보는 전략 수립에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다. 상대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도와주는 세력은 누구인지, 그들의 약점은 무엇인지 등을 알면 거의 절반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경찰 정보의 중요성도 여기에 있다. 문건 내용을 보면 경찰은 진보성향 교육감 후보에 대해서는 “어떤 선거 전략을 갖고 있는지” “전교조·민주노총 등이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조직적인 면과 법망을 교묘히 피해 나가는 측면”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정치사찰로 얻은 정보를 활용해 진보진영 내부의 협력관계를 차단하고, 여차하면 수사라는 칼을 꺼내들 테세다. 반면 보수성향 후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어떤 전략으로 임해야 우파가 승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지” 등을 파악하라고 했다. 친여 후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도와주려는 성의가 갸륵할 정도다.

경찰의 이런 행위는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물론이고 공직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경찰은 “본청 정보과의 경감급 직원이 임의로 벌인 일”이라고 밝혔으나, 전형적인 꼬리짜르기 인상이 짙다. 무상급식 서명운동 등 유권자들의 정당한 활동은 기를 쓰고 막는 선관위가 이런 중대한 범법행위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조직 전체가 공명선거보다는 여권의 승리에 혈안이 돼 있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냥 어물쩍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누가 어떤 경위로 이런 지시를 내렸고, 취합된 정보는 어떻게 보고돼 활용됐는지 등을 파악해 관련자를 엄중처벌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정부는 공명선거를 말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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