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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22 21:05 수정 : 2010.04.22 21:05

북한이 그제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국제적인 비핵화 노력과 핵문제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고 미국의 핵 없는 세계 구상이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천안함 참사로 뒷전에 밀린 핵문제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려는 뜻도 있는 듯하다.

북한 주장은 ‘핵보유국으로서 핵 없는 세계 노력에 동참할 수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려면 평화협정 체결 등 신뢰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이 이런 태도를 보인 의도는 분명하다. 우선 국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최근 핵태세 보고서에서 북한을 핵선제공격 제외 대상의 예외로 발표했으며, 북한은 핵정상회의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비망록은 아울러 핵 협상 의지에 비슷하게 비중을 두고 있다. 9·19 공동성명 내용을 적시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필요한 만큼 핵무기를 생산할 것”이라는 표현도 크게 봐서 협상 압박의 일환이다.

6자회담이 북한 핵문제를 풀 가장 좋은 틀이라는 데는 모든 관련국이 동의한다. 그럼에도 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은 최근까지도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평화협정 논의와 대북 제재 완화 등을 둘러싼 이견이 있지만 그보다는 참가국들의 의지 부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우리나라가 북한 핵문제를 최우선순위에서 미룬 채 막연히 제재 효과에 기댐으로써 회담 재개로 가는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대로 간다면 사태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도 북한이 바라는 대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은 없겠지만, 북한의 핵 능력이 커질수록 협상 또한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올해가 지나면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임기 후반기로 들어간다. 상황이 이런데도 두 나라 정부가 최근 천안함 참사와 6자회담 재개 노력을 연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안의 성격으로 봐도 기본적으로 한반도 내부 문제인 천안함 참사와 국제 현안인 핵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저런 일로 북한을 비난하기는 쉬우나 그런다고 핵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북한도 협상을 바라는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 동력을 떨어뜨릴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핵문제 진전을 통해 북한과 관련된 다른 현안들을 함께 풀어나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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