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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거품 키우는 부동산정책 재고해야 |
정부가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대대적인 지원 방안을 내놨다. 애초 5000억원으로 잡혀 있던 대한주택보증의 미분양 주택 매입자금을 올해 3조원으로 확대해 2만가구를 사들이기로 했다. 더불어 리츠·펀드 활성화 및 건설사 회사채 유동화,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차등감면 등을 통해 11만6000가구의 미분양 주택을 7만5000가구로 줄이기로 했다.
경기 침체와 거래 위축으로 건설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무너질 경우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부실도 우려된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안 좋을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자금을 지원하고 주택을 사주는 방식은 곤란하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건설업체들에 대한 특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건설업계가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재고하기 바란다.
특히 집값 상승을 막는 가장 중요한 장치인 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준 것은 위험해 보인다. 비록 신규 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의 기존 주택을 사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지만 대상이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이고,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려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급히 필요한 조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택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3월 16만6000가구에서 지난 2월 말 11만6000가구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금융위기 이전의 가격 상승폭을 고려하면 집값은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구제금융이나 다름없는 자금을 투입해서 건설업계를 살려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은 아니다. 경기가 어렵고 집값이 내릴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면 집값 거품은 언제 빼려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사실 최근 주택경기 위축은 보금자리주택의 영향이 적지 않다.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값싼 땅 위에 짓는 보금자리주택이 쏟아지다 보니 민간 주택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정책이다. 당장은 좋겠지만 개발제한구역이 바닥나면 주택시장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부가 상반된 주택정책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정부 대책은 건설업계를 구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급하게 갖다붙인 짜깁기의 전형이다. 잘못하면 다시 거품을 키우는 부작용만 생기게 된다. 보금자리주택을 포함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주택정책을 다시 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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