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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관위, 관권선거기구가 되고 있다 |
종교기관과 시민사회단체의 4대강 사업 반대 및 무상급식 홍보활동을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앞장서 막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천주교 성당에 걸어둔 펼침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서명운동 불허를 통보하고, 사진전 등 행사를 방해한다. 거의 매일, 전국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선관위는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이 선거 쟁점이어서 이에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금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의 여러 규정이 그 근거다.
선관위의 이런 주장은 옳지 않다. 선거법의 ‘지지·추천·반대’ 행위는 직접적인 지지로 한정해 해석하는 게 마땅하다. 선관위 해석대로 정책에 대한 찬성·반대까지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라고 제한하면 정책 선거가 아예 불가능해진다. 이는 공동체의 여러 의제를 활발하게 논의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어야 할 선거의 본래 의의에 어긋난다. 주권자의 참정권도 심각한 침해를 받게 된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선거 공정성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제한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선관위는 지금처럼 정책 토론을 막을 게 아니라 이를 북돋우는 게 옳다.
선관위의 조처는 편파적이기도 하다. 선관위는 4대강 사업 반대는 깡그리 금지하면서도, 정부의 4대강 홍보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확대 홍보 말고 통상적인 홍보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실제로 환경단체의 4대강 지킴이 모집 광고는 불허됐지만, 4대강 찬성 광고는 아무런 제한 없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무상급식 운동은 10여년 전부터 해온 일이고, 4대강 사업 반대운동도 2007년 대선 때부터 계속된 것이다. 이들 문제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한나라당이 불리하다고 여기는 쟁점이 됐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에 반대하고 4대강 사업에 찬성한 것이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한 탓이겠다. 그런 마당에 선관위가 억지 이유를 대면서까지 무리한 단속에 나섰으니, ‘정부·여당에 불리한 문제니까 입을 틀어막으려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라고 윽박지르는 게 선관위의 임무일 순 없다. 선관위는 본분을 벗어난 잘못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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