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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공조도 좋지만 국익까지 훼손해선 안 돼 |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가 처음 주재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로 세계 경제 무대에서 우리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특히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를 G20 정상회의 공식 의제로 채택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각국의 상이한 경제상황으로 인해 출구전략 시행 시기나 은행 자본 규제 등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번 재무장관 회의의 가장 큰 관심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출구전략에 대해 각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였다. 그동안 국제공조가 강조됐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자국의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을 구제화해야 한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출구전략에 관한 국제공조는 사실상 파기됐다. 이제 우리 정부도 국제공조 타령만 할 게 아니라 우리 경제상황을 우선 고려해 출구전략 시행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금융개혁 중 핵심 과제인 은행 자본 규제에 대해서는 각국의 이해가 크게 엇갈렸다. 영국과 미국 등은 더욱 엄격한 규제를 주장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일본 등은 소극적이었다. 우리 정부도 과도한 금융 규제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은행 자본 규제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의장국으로서 절충만 하려 할 게 아니라 국내 금융 여건을 고려해 그에 맞는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를 G20 정상회의 의제로 채택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형 국가는 국제 자본 이동에 아주 취약하다. 아무리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아도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런 만큼 올해 11월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이번 G20 회의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던 반면 우리의 한계가 무엇인지도 되돌아보게 했다. 특히 겉으로는 국제공조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각국의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도 의장국임을 의식해 국익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중재자 구실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의장국 1년’보다 장기적인 국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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