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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28 22:52 수정 : 2010.04.28 22:52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굵직한 국제행사는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처음이 아니다. 세계 정상들이 모인 것만 해도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등이 있었다. 참가국들의 국제적 위상이나 회의 규모 면에서 G20 정상회의가 조금 더 크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정부와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 마치 건국 이래 처음 이런 국제행사를 여는 것처럼 호들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 행사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기본권이든 헌법이든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그래서 정부여당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내용의 ‘G20 경호안전 특별법안’을 만들어 그제 국회 운영위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강행통과시켰다. 거의 석달 가까이 서울 도심 주요 지역이 모두 대통령실 경호처장 통제 아래 들어가고, 집회와 시위도 마음대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G20 정상회의는 당연히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하지만 정상회의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특별법까지 만들 이유는 없다. 정상회의의 안전한 개최는 경호·안전을 책임진 기관들이 얼마나 치밀히 준비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법이 미비해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국제회의를 연다고 특별법을 만들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부가 치안유지에 군을 동원하겠다는 얘기까지 거침없이 하는 점이다. 심지어 대통령실 경호처는 “군복이 아닌 민간 복장 등 편안한 복장을 착용시키겠다”는 계획까지 설명하고 있다. 사실상 계엄령을 선포해놓고 정상회의를 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간 복장을 한 군이 무시로 시민을 단속하고, 시민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건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제적 비웃음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법 제정 과정도 눈속임과 편법투성이다. 법안을 발의한 경호처는 국무회의 심의와 입법예고, 법제처 심의 등을 건너뛰기 위해 여당 의원을 통해 ‘청부입법’을 했다고 한다.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처인데도 정부 공청회는 물론 국회 차원의 논의도 생략한 것이다. 이 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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