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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의 법원 모욕, 국기를 뒤흔드는 행위다 |
어제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나온 말은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전날 법원이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에게 홈페이지의 교원노조 가입 명단을 삭제하라며 하루 3000만원씩의 간접강제금을 내도록 결정한 데 대해, 정두언 의원은 “입법부를 무시하고 의원 권한을 침해한 ‘조폭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김영선 의원은 “사법부 전체가 난폭해지고 무원칙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조 의원 쪽도 법원 결정을 따를 의사가 “전혀 없다”는 태도다.
어처구니가 없다. 법원 결정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막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보수를 표방하는 집권당이 사법부를 대놓고 무시하고 모욕하니 더 기막히다. 헌정의 기본인 법치는 법원 판결에 대한 존중을 그 핵심으로 한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헌정과 국기를 뒤흔드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학부모와 학생의 알권리를 내세워 법원 비난을 정당화하려는 모양이다. 이런 일에만 유독 알권리를 내세우는 것부터가 기이하다. 알권리가 다른 이의 사생활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면 어느 정도 제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주의 제도는 여러 권리와 이해가 충돌할 경우 법원이 이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 법원 판단이 제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이런 제도 자체를 공격하고 있다. 심판 판정이 맘에 안 든다고 심판을 걷어차 내쫓으려 하는 꼴이다.
조 의원은 또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가처분결정 등 민사재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터무니없다. 입법권은 국회에 있되 법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권은 사법부에 있는 것이 법치주의, 삼권분립의 원칙이다. 명단 공개를 불허하는 법원의 가처분결정과 이를 거듭 확인하는 간접강제금 처분까지 내려졌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법치주의 자체를 부인하는 행위다. 곧, 우리 사회의 근본 규칙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다.
이런 행동의 위험은 굳이 많은 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처럼 법원의 결정과 판결을 일반인이나 기업이 너도나도 대놓고 무시하면 경제생활 등 법에 기반을 둔 일상이 모두 위험해질 것이다. 이런 무질서와 혼란을 지금 보수여당이 부추기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하루빨리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먼저 법원 결정에 따른 뒤 법에 따른 불복절차를 밟는 게 옳다. 그게 민주주의의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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