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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끝없이 분쟁 조장하는 사학분쟁조정위 |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과거 비리로 물러난 옛 사학 재단 쪽에 학교 운영권을 돌려주는 결정을 속속 내리고 있다. 그제 사분위는 비리로 물러났던 상지대의 옛 재단 쪽 인사 5명을 정이사로 선임하고 나머지 이사 4명은 학내구성원과 교과부가 각각 2명씩 추천해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옛 재단이 학교운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사분위는 지난 2월에도 조선대와 세종대에도 마찬가지 결정을 내려 옛 재단 쪽의 손을 들어줬다.
사분위의 이런 결정은 분쟁을 조정해야 할 본분을 망각한 처사다. 임시이사 체제에서나마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이들 대학은 사분위의 결정 이후 다시 분규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상지대는 벌써부터 학생·교수·교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농성을 시작했다.
김문기 전 이사장 체제에서 상지대는 부정과 비리가 판치는 비리 사학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김 전 이사장은 1994년 부정입학과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986년 강사 채용 비리가 불거졌을 땐 교직원들이 ‘가자, 북의 낙원으로!’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려 ‘용공사건’을 조작하려다 들통이 나기도 했다. 옛 재단을 복귀시키는 것은 상지대를 이런 상태로 되돌리려는 시도와 다를 바 없다.
사분위는 분규를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조차 모색하지 않았다. 일부 위원이 옛 재단 쪽의 자격요건 등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논의한 뒤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다수에 의해 거부됐다. 정당성이야 어떻든, 분규야 일어나든 말든, 옛 재단의 재산권을 찾아주는 게 자신의 소임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사분위를 장악한 결과다.
사태를 풀 책임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있다. 교과부는 상지대를 비롯한 분규 사학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 기회가 있었음에도 늑장을 부렸다. 교과부는 새 정권이 들어선 뒤 비리 재단들이 뉴라이트단체와 연대하는 등 경영권 회복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정이사 선임을 사분위 위원들을 보수 일변도로 교체한 이후로 늦췄다. 교과부가 사실상 비리재단의 복귀를 돕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비판을 불식하려면, 적어도 이번 결정을 재심에 회부해 학내 구성원과 옛 재단이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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