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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 잘못’은 누가 밝히나 |
감사원이 오늘부터 천안함 침몰사건 대응실태와 관련해 직무감사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감사원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 및 관련 부대를 감사 대상 기관으로 선정했다. 사건 대처 과정에서 군의 지휘보고체계의 적정성과 정상작동 여부, 구조활동 지연 경위, 주요 자료 은폐 의혹 등을 감사 대상 직무로 국한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천안함 사건의 본질적 문제점을 제대로 밝혀내기 어렵다. 사태 초기부터 총괄적 조정자 구실을 수행했던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 문제를 쏙 빼놓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첫날 밤부터 사흘간 모두 네 차례의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사고 초기 국면에서 구조작전과 안보 대응태세를 직접 챙겼다는 뜻이며, 그럴 만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구조장비와 인력은 신속하게 집중배치되지 않았고, 그 와중에 구조요원이 희생되는 일마저 발생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사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해군의 초동대응이 잘 이뤄져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해, 엉뚱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사고 직후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새떼를 쫓아 함포 사격을 집중적으로 가한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지 못하는 안보 전문가들이 많다. 자칫 그 자체로 안보불안 요인이 될 뻔한 사건이었던 만큼, 상황판단 경위 등이 충분히 밝혀져야 한다. 그밖에 오락가락했던 침몰 시각 문제, 상황전파·보고의 허점 등도 군 차원에 국한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의 총괄적인 위기대응 시스템이 무너진 것인데, 여기에는 청와대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
천안함 사건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감사원 감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국회 진상조사특별위원회도 비전문가로서의 한계가 있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사고 원인 조사도 지금처럼 정부 주도로만 해서는 신뢰성을 얻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 만큼 송민순 의원이 내놓은 초당적 전문가위원회(가칭 ‘천안함위원회’)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의 제안은 여야가 추천한 권위있는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기존 조사기구에 참여함으로써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미국의 ‘9·11 사건 조사위원회’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명씩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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