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김정일 방중, 6자회담 재개 디딤돌 돼야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있었던 방중설이 현실화한 것이지만, 천안함 참사와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방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6자회담을 재개할 계기가 마련될지 여부다. 이번에 얘기가 잘된다면 천안함 참사 이후 소강상태인 회담 재개 노력이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 앞서 북한은 회담 재개 조건으로 평화협정 논의 보장과 자신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해왔으며, 중국은 이 요구를 일부 수용한 중재안을 마련해 다른 참가국들과 협의를 거친 바 있다. 이번 방중은 이 안을 확정하거나 새 틀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어떤 안이든 핵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이어야 미국 등 다른 참가국이 호응할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경협 문제도 깊이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중국과의 경협을 강화하려고 부쩍 애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양과 질 모두에서 경협 수준을 높이면서 식량지원 등을 끌어내려 할 것이다. 그만큼 지금 북한의 경제사정은 어렵다. 흉작에다 외국의 지원까지 끊겨 올봄 식량난이 1990년대 중반에 못잖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지원을 약속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개방·개혁 성과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이번 방중에서 천안함 참사 문제가 다뤄질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회담에서 거론되더라도 북한은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중국은 중립적인 태도를 보일 듯하다. 사실 북한의 개입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중국이 먼저 이 문제를 꺼낼 이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천안함 참사가 핵문제 등 한반도 관련 국제현안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6자회담이 중단된 지 1년6개월이 됐다. 지금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어 동력이 떨어지기가 쉽다. 관련국들은 북한이 핵 폐기 결단을 내리도록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북한 역시 협상 의지가 분명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재임기에 핵문제를 푸는 것이 좋다. 이번 방중은 이런 과정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