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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04 22:17 수정 : 2010.05.04 22:17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전군 지휘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안보대응태세 종합점검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천안함 침몰로 수십명의 장병이 희생됐고 위기관리의 허점도 드러났으니, 군 통수권자로서 대응태세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제 대통령 발언을 보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아니라 특정한 예단을 합리화하기 위한 대책 만들기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대통령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천안함은 단순한 사고로 침몰하지 않았다”며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중대한 국제문제임을 직감하고…”라고 말했다. 특정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게다가 김태영 국방장관은 “3월26일은 경계근무 중 함정이 기습을 받았다는 점에서…”라며 아예 ‘기습’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고 원인과 관련해선 ‘비접촉 수중폭발’이라는 합동조사단의 언급만 나왔고, 이조차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원인을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합동조사단의 조사 방향을 유도하는 압력이 될 뿐이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고의 진상규명에서 가장 중요한 국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행위인 것이다.

예단을 기정사실화하려다 보니, 이 대통령은 “특수전 등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비태세가 확고한지도 새롭게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김 장관도 “침투 및 국지도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고 군사력 건설 방향을 재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사고 원인이 분명히 밝혀진 다음에야 검토할 방안들이다. 게다가 군사력 구축 문제는 최소 10년 단위 장기적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데, 예단에 따라 이리저리 뒤집는 것은 국가안보를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

이번 참사를 통해 군은 장비보다는 보고와 지휘체계, 기강 차원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청와대 및 범정부 차원에서는 ‘위기대응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노출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국가안보 총괄점검 기구를 구성해 안보태세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늘 어울리던 ‘제 식구’들만 모아서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미국에서 9·11테러 뒤 여야 동수 추천으로 초당적 전문가위원회를 가동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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