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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보유국의 선제감축으로 NPT체제 이끌어야 |
그제부터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 평가회의는 올해로 40돌 되는 비확산체제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회의다. 비확산체제는 핵보유국들의 군축 거부,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 체제 밖 핵보유국의 등장과 북한·이란의 핵개발 움직임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이런 현실을 낳은 비확산체제의 구멍을 메우지 못한다면, 핵 없는 세상이란 인류의 꿈은 요원해지고 세계는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좀더 튼튼하고 항구적인 비확산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참가국들의 진지한 노력이 요구된다.
189개 당사국이 참석해 이달 28일까지 계속할 이번 회의에서는 과거 평가회의에서 합의한 핵군축 약속 이행, 중동비핵지대 설치,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과 무기용 핵물질 생산금지조약(FMCT), 비확산체제 강화 등 20가지 의제가 논의된다. 하나같이 간단치 않은 내용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중동비핵지대 설치와 비확산체제 강화다.
중동비핵지대 설치안은 1995년 검토회의에서 합의됐으나 이스라엘의 반대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비확산체제 강화 역시 핵을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 미국은 신고 의무와 사찰 접근 등을 강화한 추가의정서를 채택하고 탈퇴 조항을 강화하며 국제원자력기구 구실을 확대함으로써 비확산체제를 강화하자고 주장하지만, 비핵보유국은 이에 앞서 핵보유국들의 감축 의무 이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의무 이행도 않으면서 비확산 요구만 해서는 도덕적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이 핵무기 수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 태도로 나오고 있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핵무기 공개 의지 천명 직후 미국 국방부는 5000여기의 핵무기가 있음을 밝혔다. 러시아도 미국과 핵군축에 합의하는 등 핵무기 감축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중국·영국·프랑스 등 다른 핵보유국도 군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들 3개국은 1995년과 2000년 검토회의에서 합의한 핵군축 약속을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북한이나 이란 등의 핵무기 추구 움직임을 저지하기 어렵다. 비확산은 조약의 다른 축인 핵감축과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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