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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문가 입까지 틀어막아 의심만 키우는 정부 |
천안함 관련 방송 인터뷰 때문에 정부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한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이 검찰 공안부의 조사를 받게 됐다. 박 전 비서관은 학계와 청와대에서 국가안보 관련 현안을 다뤄온 이 분야의 전문가다. 이런 전문가의 공개적 의견 개진을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한 것도 터무니없거니와, 형사부가 맡아온 고소사건을 이례적으로 공안부에 배당한 것은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체제 위협으로 간주해 처벌하겠다는 무지막지한 겁박이다. 무엇이 켕기기에 이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전 비서관의 발언이 명예훼손인지부터 의문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천안함 사건 직후부터 미국이 한국 정부에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며, 미국 관리들은 북한의 직접 관련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로서의 분석이다. 그는 또 미국의 이런 태도로 보아 한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천안함의 항적정보와 교신기록 등을 예로 들었다. 오랫동안 안보 현안의 실무를 맡아온 그로서는 당연한 의문 제기다. 이런 자료는 진상 규명에 필요한 기초적 사실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을 설명한 전문가의 말이 도대체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따지자면 애초 불신을 자초하고 의혹을 부풀린 것은 군과 국방부다. 처음부터 기초적인 정보조차 감추려 들고 수시로 말을 바꿔, 제 책임을 모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군의 명예를 훼손한 것도 초기 대응에 실패한 군 수뇌부라고 봐야 한다.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할 김태영 국방장관과 이상의 합참의장이 되레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의 입을 옥죄겠다고 하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제 허물을 지적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고발·고소를 일삼고 검찰을 동원해 핍박하는 이명박 정부의 못된 버릇은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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