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재정건전성 높이려면 모순된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
어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재정건전성에 관심을 둬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재정 악화로 촉발된 유럽발 금융위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재정건전성 제고를 강조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문제가 나올 때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별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통계만 보면 우리나라의 재정상태는 양호한 게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3.3%로 주요 선진국(G20) 가운데 6번째로 좋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국가채무는 연평균 30%가 늘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또한 소규모 개방형 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국가채무 비율이 낮다는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면 방만한 씀씀이를 줄이고, 나라 곳간을 두둑하게 만드는 게 기본이다. 먼저 할 일은 비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려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 등 일회성 대형 토목사업은 당장 중단하는 게 옳다. 잠재성장력 확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재정건전성 제고를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공기업과 지방정부까지 합세해 대규모 건설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한 재정건전성 제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건전재정을 이루면서도 고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다. 그렇게 된다면야 오죽 좋을까마는 고성장에 집착하게 되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기간에 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재정지출 확대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리부터 고성장을 목표로 할 게 아니라 재정을 효율적인 곳에 투입함으로써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세입 확대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정부는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펴면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대폭 낮췄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비과세·감면을 대폭 정비해 세수를 늘리겠다고 한다. 이처럼 서로 모순되는 정책을 펴면서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고 하는 정부를 누가 믿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재정건전성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문제부터 바로잡는 게 우선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