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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0 19:49 수정 : 2010.05.10 20:02

선거 토론회의 생명은 공정성과 형평성이다. 주제 선정에서부터 발언 시간 및 순서, 자리 배치 등에 이르기까지 결코 어느 한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실시간으로 생방송되는 텔레비전 토론회는 더욱 세밀한 대목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간혹 기계적 중립과 균형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토론회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그런데 한국방송(KBS)이 추진했다가 무산된 서울과 경기도 광역단체장 후보 토론회 방식을 보면 공정성과 형평성이란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다. 과연 이러고도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여당 후보 편들기가 노골적이다.

우선 토론회 도입 부분에서 한나라당의 오세훈·김문수 후보에게는 무려 5차례에 걸쳐 3분30초의 시간을 주면서 다른 후보들에게는 1분30초만 배정한 것부터가 상식을 뛰어넘는다. 한국방송은 “현역 단체장에 대한 시정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지금까지 선거 토론회를 숱하게 보아왔지만 후보 발언 시간에서부터 차별을 둔 경우는 없었다. 야당 후보들을 들러리로 세워놓고 여당 후보한테 자신의 ‘치적’을 자랑할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토론 주제 선정의 편파성도 두드러진다. 서울시의 경우 세종시, 일자리 창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 등에 국한되고 무상급식, 보육과 복지, 주거 등의 주제는 모두 빠졌다. 한국방송은 4대강은 경기도에, 세종시는 서울시 토론회에 배분했다고 설명하지만 어불성설이다. 4대강이나 세종시, 무상급식 등은 어느 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또 보육, 복지, 주거 등의 문제도 모두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껄끄러운 사안들이다. 일부러 이런 주제들을 외면함으로써 여당 후보를 도우려는 의도가 물씬 풍겨난다.

한국방송 토론회가 무산됨으로써 이득을 본 것도 결국 한나라당 후보들이다. 선거가 조용하면 조용할수록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여당 후보들이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이치다. 애초부터 여당 후보들이 토론회에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런 결과가 한국방송과 한나라당이 내심 바라던 바였다면 결국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이번 사건으로 정치적 편향성의 역사에 또다시 중요한 기록을 더했음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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