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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작부터 크게 빗나가는 안보점검회의 |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에 내정된 이상우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이 그제 “전작권 문제가 총괄점검회의 과업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며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안보대책 수립 임무를 부여받은 이 기구의 활동 방향이 시작부터 크게 빗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그의 주장은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이 국가안보가 불안한데 어떻게 전시작전권을 넘겨받느냐는 보수층 한쪽의 정서를 대변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작전권의 소재가 아니라 작전대응 태세였다. 평시작전의 총책임자인 합참의장이 참사 발생을 49분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보고·지휘체계의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따라서 군 지휘라인을 문책하고 기강을 세우는 게 해답일 터인데, 엉뚱하게 작전권 문제를 거론하니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이런 논법이라면 전시작전권이 아니라 1993년에 환수한 평시작전권도 되넘겨줘야 한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그제 “(천안함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전작권 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천안함 침몰과 전작권 전환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전시작전권 전환을 늦춰야 할 이유로 “경제문제도 있고 준비가 덜 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에 전환 연기를 요청한다면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주한미군을 한국에만 머무는 붙박이가 아니라 신속기동군으로 운영하려는 미국이 전략 수정 비용을 한국 쪽에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준비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환수에 대비해 전임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글로벌호크 도입 등 정보·전략 분야 투자를 뒤로 미뤘다. 대신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 맞서 포병·기갑 등 지상군 전력을 늘리는 육군 패권주의적인 전력증강 정책을 택했다. 새로 구성되는 안보점검기구라면 이런 문제점부터 밝혀내야 마땅하다.
전시작전권은 무엇보다 제 나라 군대를 누가 지휘하느냐 하는 독립 국가의 기본적 권리와 책임에 관한 문제다. 작전권이 없어 군대를 지휘할 수 없으면 위기상황 때 능동적 대응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그릇된 발상을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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