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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문진에도 대통령 측근을 내려보낸 정권 |
<문화방송>을 관리·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문인 김재우씨가 임명됐다. 방송 경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기업인 출신인 그는 오는 19일 방문진 이사장에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권력 실세가 문화방송 인사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자랑스레 떠들다 쫓겨난 김우룡 전 이사장 후임으로 대통령 동문이 들어앉게 되는 셈이다.
김씨가 이사장에 오르면 한국방송·문화방송 사장 등과 더불어 공영방송 핵심 자리가 두루 대통령 측근들로 채워진다. 특히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에 직면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는 문화방송의 독립성을 요구하는 이들에 대한 정권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김씨는 공영방송을 감독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적합한 인물이다. 방송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방송문화진흥회법 6조 4항은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비료에서 시작해 아주그룹 부회장까지 거친 전형적인 기업인이 ‘방송에 관한 전문성’이 있다고는 누구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방문진 이사나 이사장 자격이 없다.
따라서 그를 기용한 이유로는 그가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이자 측근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상상할 수 없다. 정부는 한국방송 사장에 대통령 선거 참모 출신인 김인규씨를 앉혀 거센 비난을 샀다. 또 문화방송 사장에도 대통령 측근인 김재철씨를 선임하는 무리수를 뒀다. 김 사장은 김우룡 전 이사장의 폭탄발언 이후 강력한 퇴진 요구에 직면해 아무 일도 제대로 못하는 신세다. 노조가 어제 한달여의 파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지만 문화방송 사태는 아직 진행중이다.
이런 와중에 방송 문외한인 대통령 대학 동문을 방문진 이사장에 앉히겠다니, 공정 방송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철저하게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선언이며, 이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양식과 이성만 있어도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고 김씨의 이사 선임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면 임기를 다하는 날까지 방송을 지키려는 이들의 거센 저항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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