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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엔특별보고관 사찰 의혹, 한점 의혹 없이 밝혀야 |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방한중인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미행을 당한 것 같다고 외교통상부에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그제 밝혀졌다. 라뤼 특별보고관은 지난 6일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하고, 자신의 동정을 캠코더로 촬영하던 승용차의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언론인 <민중의 소리>는 국가정보원 관계자를 통해 당시 현장에 있던 승용차가 국정원 차량임을 확인했다며, 국정원이 라뤼 보고관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그제 보도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그 차량이 국정원 소속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며, 경찰 쪽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보고관 일행에 따르면, 라뤼 보고관이 4일 방한해 서울 명동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을 때 검은색 승용차 안에서 캠코더로 일행을 촬영하는 사람을 일행 중 한 사람이 목격했다. 이 유엔 직원은 다음날에도 비슷한 차량이 계속 보고관 일행을 따라붙고 있음을 확인하고 보고관에게 알렸다고 한다. 누군가가 보고관 일행을 미행·사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과 경찰이 연루 의혹을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들이 정말 무관하다면 누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명백히 밝혀냄으로써 의혹을 씻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국가기관이 유엔 특별보고관을 미행까지 하는 나라로 지목돼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차원의 반성도 필요하다. 정부는 라뤼 보고관의 방한을 놓고 마뜩지 않은 태도로 일관했다. 통상 보고관이 요청하는 모든 관계 당사자와의 면담이 가능해야 함에도 정부는 시늉만 냈다. 대통령과 검찰총장,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과의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겨우 만난 것이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차관이었다. 국정원도 면담을 거부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라뤼 보고관은 “정부의 의지가 없으면 그 나라의 인권이 보장될 수 없는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대통령은 품격 있는 나라를 말한다. 하지만 자국민의 인권을 살피러 온 유엔 관리를 따돌리고 사찰 의혹까지 받으면서 어떻게 국격을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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