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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18 30돌의 역사적 의미 훼손 말아야 |
광주민주화운동이 내일로 30돌을 맞는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은 1987년 6월항쟁과 함께 우리 사회 민주화의 초석을 이뤘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국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바탕에 5·18 정신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30돌을 계기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적극 계승·발전시켜야 할 5·18 정신을 거꾸로 훼손하고 격하하는 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열리는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외교 일정이 잡혔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 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을 되살려 통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자”고 했다. 그 뜻을 살리자면 한 세대가 지나 30돌을 맞는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태도다. 의도적으로 5·18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정부는 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공식 행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공무원들의 민중의례를 금지한다는 명목으로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의 정신과 혼이 그대로 담겨 있는 노래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이 노래조차 부르지 못한다면 기념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일어나라, 조국의 자녀들아’로 시작하는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프랑스 혁명군들이 불렀던 노래다. 정부 당국의 무지와 편견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정부 행태에 누구보다 유족회 등 5·18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 기념식에 불참하고 별도 행사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30돌을 맞은 5·18 기념식을 둘로 갈라지게 만든 꼴이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 때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직접 훈장을 추서하며 그들의 희생을 기렸다. 그런 그가 민주주의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던진 수천명의 영령을 기리는 5·18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치적 의도로 기념식을 무시하거나 격하하려는 것이라면 정말 옹졸한 태도다. 이 대통령이 진정한 상생과 통합을 원한다면 더이상 5·18 정신을 훼손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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