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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적대적 남북관계’로 돌아가려는 이명박 정부 |
정부가 부처별로 하고 있는 대북 사업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앞서 정부는 대북 위탁가공 교역을 하는 민간업체들한테도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라고 압력을 가한 바 있다. 천안함 참사를 빌미로 남북을 잇는 가느다란 끈마저 모두 끊겠다는 태도다.
그러잖아도 남북 교류·협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크게 위축돼왔다. 정부는 대북 쌀·비료 지원을 중단한 것은 물론이고 민간 차원의 지원 역시 대부분 막았다. 해마다 70~80%가 집행된 남북협력기금이 지난해엔 1조1182억원 가운데 10%도 안 되는 1000억여원만 쓰였을 정도다. 올해도 지금까지 1%의 협력기금만 지출됐다. 이런 와중에도 어렵게 이뤄져온 정부 부처와 민간 차원의 대북 사업과 교역을 이제 완전히 중지시키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과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일부만을 예외로 뒀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는 이 역시 전망이 불투명하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전면적인 남북 교류·협력 중단이 강경한 대북 공세의 일부분으로 이뤄지는 점이다. 친정부 보수세력들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나올 대북 조처에 전방 확성기 방송 재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불허, 대북 무력시위, 개성공단 사업 중단 등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다. 이들에 기댄 정부는 그나마 남북관계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조차 포기한 듯하다. 정부 태도는 대북 전단 살포를 위한 우익단체의 19일 백령도 집회를 승인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정부의 지금 움직임은 적대적 남북관계를 구축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남북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사사건건 대립했던 1980년대 중반 이전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구축해온 남북관계의 토대가 허물어지고 긴장이 일상화하면서 대결 외교를 벌이느라 국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구도다. 안보 측면에서도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 정부의 강경 태도에는 ‘북한이 아니면 누가 천안함 참사를 저질렀겠느냐’는 심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밀한 증거 없이 북한 소행으로 단정해서는 우리나라와 한반도 정세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줄 뿐이다. 특히 손쉽게 남북관계를 희생물로 삼아서는 이후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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