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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7 20:21 수정 : 2010.05.17 21:04

“1987년 이래 인권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성취한 한국에서 지난 2년 동안 전반적인 인권과 특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축소돼왔음을 우려한다.” 지난 6일부터 12일간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을 조사해온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어제 조사를 종결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그는 지난 20년 가까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 되고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국이 될 정도로 경제적으로 발전한 점을 평가하면서도 이것만으로는 국제적 지도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적 통치 모델을 따르지 않고는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미네르바 사건이나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명예훼손 소송, 피디수첩 사건,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 및 야간집회 금지 등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국내 현안을 일일이 거론했다. 그는 이들 사안이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침해라며 우리 정부에 시정을 촉구했다.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없으며, 어쩔 수 없이 제한해야 할 경우라도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냄으로써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유치할 정도의 국격에 도달했다고 자찬하는 나라로서 이런 지적을 받게 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가 진정 선진사회를 지향한다면 그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인권현실의 퇴행을 막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라뤼 보고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우리 정부에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는 한국 정부의 초청에 따른 공식방문이었음에도 대통령과 총리는 물론 장관 가운데 한명도 만날 수 없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검찰총장 면담과 국정원 방문도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상임위원들과의 공식면담도 거부했다고 한다. 심지어 국정원의 사찰 의혹까지 제기됐다.

라뤼 보고관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의사 결정권자와의 면담은 인권문제에 대한 정권의 관심을 보여주는 척도로서 중요하다. “손님을 불러놓고, 주방장만 만나라고 하는 꼴”이라는 그의 평가는 이 정권의 인권 경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함축한다. 정부는 더이상의 국제적 망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라뤼 보고관의 보고서가 내년 6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되기 전에 적극적 개선조처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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