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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8 19:11 수정 : 2010.05.18 19:11

이명박 대통령은 예고했던 대로 어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30돌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운찬 총리를 대신 보내 기념사를 읽도록 했을 뿐이다. 기념사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의례적 찬사도 있었지만, ‘중도실용주의가 5·18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식의 아전인수식 발언이 주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특히 “법을 무시한 거리의 정치와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기대는 일이 적지 않다”는 질책까지 했다.

이 대통령이 다른 곳도 아닌 5·18 기념식장에서 ‘거리의 정치’를 비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미 대선 후보 시절 ‘5·18 사태’라는 표현을 썼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시민의 힘’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생래적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다 촛불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깊어진 거부감이 이날 발언으로 표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30년 전 광주 금남로의 시민 물결과 이 시대 서울광장의 촛불 물결은 그 맥을 같이한다. 그것은 국민이 주인되는 사회를 위한 시민들의 순수한 열망의 표현이며, 권력의 폭압에 맞선 주권자의 정당한 저항이다. 이 대통령은 이런 가치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권위주의가 종식되고 자유가 넘치는 나라가 되었”다고 말한다. 바로 엊그제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서울을 떠나면서 “한국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됐다”고 지적한 것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의 이런 왜곡된 시각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대통령의 태도가 이러하니 정부도 온갖 방식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푸대접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5월의 노래’로 자리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어이 추모곡에서 배제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론의 비난에 밀려 결국 연주되지 않았지만 잔칫집에나 어울릴 경기민요 ‘방아타령’ 풍악을 5·18 기념식장에서 울리겠다는 천박한 발상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비가 내리는 5·18 기념식장에서 유족들이 경찰의 저지를 뚫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풍경, 이것이 바로 광주민주화운동 30돌을 맞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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