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북풍’에 휘말리는 선거 안 돼야 |
오늘은 6·2 지방선거 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날이다. 공개된 장소의 연설이나, 차량을 동원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는 등 선거전이 더욱 본격화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 정부는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우연이라고 하긴엔 택일이 절묘하다. 뒤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각종 대북 제재 조처 발표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지방선거 투표일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열흘 남짓이다. 선거판을 ‘북풍’ 영향권에 가둬두겠다 의도가 아니면 생각하기 힘든 일정이다.
선거에서 북풍이 불면 누가 이득을 보는지는 길 가는 어린아이를 붙잡고 물어봐도 안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사건의 영향이 이미 유권자들의 표심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도 내놓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나라당과 보수신문들은 이번 선거를 ‘김정일 정권 심판론’으로 몰고가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권의 품에 안긴 방송도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한국방송>은 서해교전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특집방송을 내보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정부·여당·친여언론들이 착착 손발을 맞춰 북풍몰이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정책선거가 정착될 수 있는 여러가지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역별로 다양하게 제기된 정책적 쟁점뿐이 아니다. 세종시,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일자리 문제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이면서 동시에 지역 유권자들의 삶과 직결된 사안이 이렇게 많은 적도 없었다. 하나같이 선거과정에서 꼼꼼히 살펴야 할 중요한 사안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안들이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 발표의 파고에 휩쓸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선거 쟁점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서는 안 된다. 맹목적 바람에 휩쓸린 선거가 뒷날 어떤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지난 역사가 잘 말해준다. 결국 선거판이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일은 눈 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천안함 문제만 해도 좀더 냉정하게 정책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화살을 한쪽으로만 돌릴 일이 아니라 정부의 안보 및 대북 정책의 허점 등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냉철하고 현명한 태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