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5.19 20:31
수정 : 2010.05.20 20:26
“여자는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해요.” “여자가 아는 것은 쥐뿔도 없어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홍보를 위해 만든 동영상에서 그려진 여성의 모습이다. 케이블텔레비전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해 만든 동영상 <선거탐구생활>에 등장하는 이 여성은 못생긴 야당 후보에 대해선 “저렇게 모양 빠진 후보라니 동정표도 아깝다”고 외면한다. 반면 한나라당의 미남 후보에게는 “백마 탄 왕자”라며 한눈에 반해 지지를 결심한다. 한나라당이 보기에 여성이란 사회현실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무식할 뿐만 아니라 외모에만 관심을 쏟는 부류다.
한나라당은 이 동영상을 당 공식 누리집에 게시했다가 여성단체를 비롯한 각계의 비난이 들끓자 이틀 만에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행태를 볼 때 이 동영상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여성관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정권의 반여성성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고 한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성계 등의 반발로 여성부는 명맥을 유지했으나 현 정권 아래서 여성의 지위는 추락 일변도를 걸었다. 각료 가운데 여성은 여성부 장관 하나뿐인 것이 그 상징이다. 또 이 대통령은 물론이고, 최연희 전 의원 등 한나라당 인사들이 성희롱 사건으로 입길에 오르내렸고, 이번 선거에서도 성희롱 전력이 있는 인사를 후보로 공천해 비판을 받았다.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이 정권은 본질적으로 반여성적 집단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누리집에서 동영상을 내린 것만으로 이 사안을 그냥 넘기려 해선 안 된다.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을 모욕하고 비하한 데 대한 당 차원의 공식 사과는 기본이다. 나아가 당의 여성 인식과 정책 전반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성 유권자들이 이렇게 조롱당하고도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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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1일 바로잡습니다
사설 ‘한나라당, 여성을 그렇게 조롱해야 속시원한가’의 내용 가운데 “각료 가운데 여성은 여성부 장관 하나뿐”이라는 내용은 잘못입니다.
여성부 이외에 보건복지부 장관도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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