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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너진 안보, 이명박 정부는 책임져야 한다 |
어떻게 이렇게까지 구멍이 뚫릴 수 있는가. 어제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로 드러난 우리 군과 정부의 안보태세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허술하다.
발표대로라면 군은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까맣게 몰랐다. 서해안을 안방인 양 휘젓는 잠수정을 탐지하지 못한 것은 물론, 어뢰가 발사돼 폭발하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단지 기술적 한계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군 당국은 당시 북한군 기지를 이탈한 잠수정을 알아챘지만 우리 해역까지 침투해 도발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충분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경계 소홀이다. 북쪽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는 징후가 여럿 있었는데도 경계에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도 군 당국자는 공개 기자회견에서 잠수함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추적하기 어렵다고 변명했다. 이번처럼 영해가 뚫리고 공격받는 일이 다시 벌어져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군에 안보를 맡긴 국민으로선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군 지휘부의 무능은 이미 드러났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천안함 침몰을 보고받은 것은 상황 발생 49분 뒤였고, 군령권자인 이상의 합참의장은 보고도 이보다 늦게 받았을 뿐 아니라 후속 조처도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다. 합참의장이 맡도록 돼 있는 육해공 합동군의 지휘체계가 한동안 마비된 셈이다. 실제 전쟁상황이라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혼란과 무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유명무실화하는 등 안보대응체계의 뼈대가 무너진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침몰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어제까지도 영해와 천안함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일을 사과하는 이가 없고 책임을 인정하는 이도 나오지 않는다. 북한 소행이 사실이라면 이를 규탄하는 것 못잖게 위기관리 실패를 문책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중요한데도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다. 북쪽 소행을 앞세워 제 잘못은 감추려는 비겁한 시도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군 통수권자로서 국민 앞에 안보 실패를 사과해야 한다. 안보 무능을 드러낸 군 지휘부도 엄하게 문책하는 게 마땅하다. 안보태세 재정비는 이렇게 기강을 바로잡은 뒤에야 가능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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