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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전환점 만들기를 |
6·15 남북 공동선언 다섯돌을 기념하는 통일대축전이 남쪽 정부 대표단 40명과 민간대표단 295명이 참가한 가운데 어제 평양에서 시작됐다. 대표단은 개막식과 북쪽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오늘 민족통일대회와 축하공연, 내일 부문별 모임을 갖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이번 통일대축전이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민간대표단과 함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대표로 한 정부대표단의 방북이 오랜만에 성사된 일이다. 남북 당국간 회담이 중단된 뒤 10개월여 만에 대화의 문이 다시 활짝 열린 것이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북한 핵 문제로 먹구름이 잔뜩 낀 한반도 정세를 민족 화합과 평화의 기운이 넘치게 하는 전환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대표단에는 5년 전 남북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에 깊숙이 관여해 남북관계 진전에 주춧돌을 놓았던 임동원·박재규·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자문단으로 두루 참여해 대표단의 무게를 한결 높였다. 북쪽 역시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해 격을 높이는 한편, 대남 정책 실세로 알려진 림동옥 조평통 부위원장, 전금진 내각 책임참사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남북간에 상당히 수준 높고 깊숙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16일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갑자기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남북에서 각기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실세’들이 여러 차례 만나게 되므로 속깊은 얘기들이 오갈 수 있을 터이다.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외교적 해결 방침을 재천명한 만큼 남북이 이번에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의미있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 남북대화 진전과 북핵 문제 해결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서로 이끌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계획 포기 및 6자 회담 참여라는 ‘전략적 결단’을 안심하고 내리기 위해서라도 남쪽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야 한다. 정부 대표단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나눈 속얘기를 전달하고 북한이 지나친 의심이나 두려움 없이 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5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공표한 6·15 공동선언은 남북 최고지도자가 대화를 통해 민족의 자주통일 원칙에 합의하고 통일 방안에 접점을 찾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대결과 반목으로 얼룩진 민족사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열자는 약속이었다. 비록 그 뒤 햇볕정책을 둘러싸고 ‘오해’가 생기고, 핵 문제로 북-미 사이 갈등이 증폭되는 등 한반도 정세를 위협하는 악재들이 쏟아졌지만, 남북 사이에 알게 모르게 신뢰의 싹이 움튼 게 사실이다. 정부 대표단 외에 대규모 민간 대표단이 방북해 민족대화합을 합창하는 것도 민족의 화해와 통일이란 절절한 염원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남북은 통일대축전에 이어 오는 21일부터 서울에서 장관급회담을 연다. 남북이 자주 만나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면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전쟁 먹구름을 걷어낼 수 있다. 북쪽이 핵 무기 포기의 대가로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 등을 남쪽이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풀어갈 수도 있다.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경우 정부가 준비 중인 ‘중요한 제안’도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이 실로 오랜만에 머리를 맞대는 만큼 허심탄회한 대화로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민족의 앞날을 짓누르고 있는 핵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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