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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21 20:08 수정 : 2010.05.21 20:08

1년 전 우리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해야 했다. 평생을 뜨겁게 살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도 깊은 충격과 울림을 남기며 떠났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우리는 깊이 오열하고 자책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 그의 몸은 떠나보내지만 꿈은 결코 보내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과연 그동안 바뀐 것은 무엇이며, 나아진 것은 무엇인가. 그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무엇보다 국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었다.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도 어깨를 펴고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었다. 남북 사이에 화해와 공존의 물결이 넘실대는 한반도를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면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그를 기어이 죽음으로 몰아넣은 검찰의 그릇된 수사관행부터 바뀐 게 없다.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 인간적 모욕 주기, 언론을 활용한 교묘한 여론재판 따위는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타살로도 모자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까지 집요하게 엮어 넣으려는 모습에서는 아득한 절망감마저 느낀다. 검찰의 입만 쫓아가는 기사, 피의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기사 등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자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일부 보수언론의 행태는 같은 업종 종사자로서 자괴감마저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가장 통렬히 반성하고 변화를 모색했어야 할 집권층의 태도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민심의 요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 변환하라는 것이었다.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부자 중심의 경제정책과 대결적 남북관계를 시정하라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고 말았다. 정권의 오만과 독선은 오히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반대 목소리는 무조건 막고, 뿌리뽑고, 처단할 대상일 뿐이다. 남북 화해와 공존은커녕 이제 한반도는 전쟁 위험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의 벽이 높아도 고인이 매달았던 깃발을 그냥 내릴 수는 없다. 그의 못다 이룬 꿈을 그냥 접을 수도 없다. 노 전 대통령의 1주기를 맞아 1년 전의 분노, 아픔, 다짐을 다시 뒤돌아본다. 그리고 그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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