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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시장 불안 막을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때 |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목요일 우리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29원 급등했고, 역외 환율은 1200원대로 올라섰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져 지수 낙폭이 커졌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외평채 가산금리도 상승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의 불안한 시선을 반영한 것일 터이다.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이렇게 커진 데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이 무엇보다 클 것이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기금 조성으로 한숨 돌린 듯했지만 유로존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지면서 오히려 시장의 불안심리는 확산하는 양상이다. 각국의 재정 긴축이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파다하다. 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은 이런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나 자금쏠림 현상도 두드러진다.
천안함 사태는 세계경제의 불안이 이렇게 고조된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간단치 않을 수 있다. 남북의 긴장이 높아지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가 부각되고, 가뜩이나 불안한 외국인의 국내 금융시장 이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20일까지 5거래일 동안 2조5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 중 순매도액도 6조원을 넘는다. 국내에 투자한 해외 뮤추얼펀드의 자금도 최근 순유출 추세다. 역외 환율의 급등도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남북 긴장을 대형 악재로 받아들인 탓이라고 봐야 한다. 강도 높은 대북 압박과 북한의 강경 반발이 이어지면 지정학적 변수는 시장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직 국내 시장의 불안감은 그렇게 크진 않다고 한다. 비슷한 일을 여러 차례 잘 넘겼기 때문이겠다.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때는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증시 수급을 장악하는 등 그 영향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선, 급격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나 국제금융시장의 일시적 경색이 곧바로 외화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위험은 언제라도 있다. 정부와 시장이 비상대책을 한층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이유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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