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입 틀어막아 논란 덮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 |
지난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직후,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어 침몰원인 등을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어제는 경찰청이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누리꾼들을 집중 수사중이라고 했다. 악의적인 음모론 따위가 수사 대상이라지만, 경찰 조사방식대로라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나 정부 대처 등을 비판·분석하는 글이 몽땅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당한 의문이나 다른 의견의 제시가 위축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 입을 틀어막는 짓은 이미 대놓고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와 군은 ‘한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천안함의 항적·교신기록을 미국은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과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 민·군 합동조사단 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 사건을 모두 공안부로 넘겼다. 두 사람은 안보 전문가이며, 문제된 말도 전문가로서의 의견 개진이다. 이것까지 공안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면 정부와 다른 말이 나오는 것을 아예 원천봉쇄하겠다는 게 된다.
이를 부추기는 듯한 일부 보수언론의 행태는 더 꼴사납다.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한 김용옥 교수의 최근 강연에 대해, 몇몇 보수신문은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거나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입을 다물라는 등 몰매를 가했다. 야당이나 누리꾼들의 합리적인 의심도 정부 신뢰를 부정하고 흠집 내려는 짓으로 몰아붙이려는 듯하다. 자신들과 다른 의견은 아예 말살하려는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개인 의견의 개진조차 용납하지 않고 합리적 의심까지 유언비어 단속 대상 따위로 매도하려 든다면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 다른 목소리를 틀어막아 들리지 않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국민이 흔쾌하게 수긍하지 못한다면 대북정책의 지지를 얻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정부는 ‘왜 안 믿느냐’며 윽박지르려고만 할 게 아니라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최대한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하고 과학적인 검증 결과를 토대로 논리적 설명을 계속하는 노력이 있어야 불신도 해소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다른 의견을 물리적으로 틀어막으려는 옹졸한 짓부터 멈춰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