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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안함 ‘4국 공동조사’,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뤄져야 |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천안함 사건을 함께 조사하자고 중국이 제의했으며 미국도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천안함 사태 해법과 관련한 중요한 진전이다. 정부는 이 조사가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뤄지도록 하길 바란다.
중국의 제안은 군사정전위원회라는 틀을 활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지금은 북한과 유엔사(미국)만 당사자로 남아 있는 이 기구에 중국과 한국이 참여해, 한반도 관련 핵심 4개국이 공동조사를 벌이자는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 북쪽의 천안함 공격이 분명하다면, 북쪽 스스로 인정하게 해 책임지게 만드는 게 최선의 해법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다. 각종 대북 대응은 그 뒤로 미뤄도 늦지 않다.
그러잖아도 무리하게 대북 압박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시도는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면서 한반도 긴장을 불필요하게 고조시키고 있다. 어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회담 역시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 남북 등거리 외교를 펴는 중국의 태도에는 한반도 현상유지를 바라는 자신의 이해관계 외에, 우리 정부 태도의 문제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과정에서 중국 쪽을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북 초강경 대응조처 발표다. 중국으로서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정부 조처에는 서해 한-미 해군 훈련 강화 등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내용이 여럿 들어 있다. 우리 정부의 섣부른 강경조처 발표가 중국을 오히려 북한 쪽으로 밀고 있는 셈이다.
천안함 사태는 이미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정치의 도구가 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일본과의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을 압박하는 데 천안함 사태를 활용한다. 또 중국은 한·미·일의 움직임을 의식하면서 전략적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대로 간다면 천안함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한반도 정세만 불안해지기 쉽다. 지금처럼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는 구도가 굳어져서는 당사자인 남북한만 심각한 피해를 볼 뿐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정부는 기존 접근법의 문제점을 재점검하고 방향을 다시 잡아나가야 한다. 공동조사는 그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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