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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31 20:43 수정 : 2010.05.31 20:43

정부가 쌀 조기 관세화에 나설 모양이다. 애초 2014년까지 쌀 관세화가 유예돼 있지만 유예 기간을 단축해 내년부터 관세화하겠다는 것이다. 쌀 관세화를 시행하면 쌀 수입물량이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부가 내세우는 쌀 조기 관세화 논리에는 나름 일리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관세화를 유예받는 대신 일정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게 돼 있다. 이대로 가면 2014년까지 의무수입량을 해마다 2만t씩 늘려야 한다. 만약 내년부터 쌀 관세화를 시행하면 2011~14년 4년 동안 의무적으로 늘어날 8만t의 수입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국내 쌀 재고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정도나마 수입량이 줄어들면 국내 쌀값 폭락을 진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외 쌀값 추이도 쌀 관세화에 긍정적인 쪽으로 변한 게 사실이다. 그동안 쌀 시장 개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외 쌀값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관세율을 높여도 국산 쌀이 외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쌀값이 80㎏ 한 가마당 13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국내외 쌀값 차이가 2배 정도로 좁혀졌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관세율을 100%만 매겨도 국내외 쌀값 차이는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쌀 시장을 개방해도 외국산 쌀을 수입할 이유는 많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쌀 시장 개방은 이렇게 단순하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내년부터 쌀 관세화를 시행하면 정부로서는 의무수입물량 8만t 감축분에 해당하는 1400억원의 재정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농민들에게 돌아갈 이득은 불확실하다. 관세화할 경우 시장 수입물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고, 정부가 관세율을 얼마나 높게 매길지, 그 관세율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등은 불투명하다. 국제 쌀값도 지금 시세를 유지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쌀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없이 정책의 초점이 일단 의무수입물량을 줄이는 데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국내 쌀값이 왜 이렇게 폭락하는지, 쌀농가의 소득보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토론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쌀 조기 관세화가 이런 논의와 함께 이뤄진다면 신중하게 검토해볼 만한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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