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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은 매서웠다 |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나라당은 곳곳에서 야당에 뒤지거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권자 혁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여당의 처참한 패배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여당한테 유리한 환경에서 진행됐다. 천안함 사건은 모든 선거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무상급식 등 여당에 불리한 쟁점들은 모두 실종되거나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선관위의 편파 판정 시비도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한나라당의 성적표가 더욱 초라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우선 지난 2007년 대선 승리의 기반이었던 수도권에서 득표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그동안 석권하고 있던 기초단체장 자리를 줄줄이 야당에 내줬다. 4년 전 지방선거 때와는 처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세종시 문제가 걸린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이 현직을 차지하고 있던 대전·충남·충북 광역단체장 자리를 모두 야권에 빼앗겼다. 강원·경남 등 전통적인 텃밭에서도 한나라당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권에 더욱 뼈아픈 대목은 교육감 선거 결과다. 현 정부 초대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지낸 정진곤 후보는 진보 진영의 김상곤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패했다. 전교조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도 진보 성향의 후보들은 곳곳에서 선전했다. 이런 선거 결과는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의 표시라고 해도 틀린 해석이 아닐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의 소재는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뿌리깊은 실망감과 분노의 표시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남북관계의 파탄 등 현 정부의 실정이 유권자들의 뇌리에서 잊힌 듯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가 이번 선거의 사실상 총사령탑이었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가 미칠 파장은 작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는 안보 이슈를 선거에 활용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천안함 침몰 사건을 중심으로 치밀한 여론몰이를 해왔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홍보지상주의적 국정운영 행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명백한 거부의 몸짓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은 야당이 진정으로 좋아서 표를 주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권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하면서 반사이익을 건졌다는 분석이 더 적절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유례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반이명박 정서에 기댄 도식적인 선거전략, 여권에 끌려다니는 수세적 태도 등이 아니었다면 더욱 달라진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여권에는 더이상 오만과 독선, 편법과 눈속임이 통하지 않는다는 통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는 이번 선거 결과를 마음속 깊이 성찰해보기 바란다. 민주당 역시 자신들이 잘해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민심을 감동시킬 수 있는 야당,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않는 한 야당에도 내일이 없음을 이번 선거 결과는 말해준다. 여야 모두 대오각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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