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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03 20:13 수정 : 2010.06.03 20:13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명료하다.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방식의 전면적 변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이번 선거 결과를 다 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하자”고 말했다. 여당의 패배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말과 민심의 요구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깊은 강이 있는 듯하다. 이 대통령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더욱 국정에 매진해야 할 것”(지난 1일 국무회의 발언)이라는 오기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야말로 선거 민심의 오독이요, 기만이다. 이 대통령은 ‘다 함께 성찰’을 말하기 전에 국정 최고책임자답게 스스로 깊이 고뇌하고 성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경제살리기 등 각론을 강조하기에 앞서 국민과의 통합과 소통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총론을 고민해야 한다.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이 아니라 흔들려야 한다. 그것도 크게 흔들리고 크게 흔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번 선거 결과가 이 대통령에게 던지는 주문이요, 명령이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집행 중단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서 바뀌어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시급한 몇 가지만 추려보겠다. 첫째, 민주주의와 인권, 특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중단해야 한다. 민심은 억눌린 스프링과 같다. 그동안 말길이 끊기고 광장이 닫히면서 사람들은 실어증을 앓게 됐다. 고소·고발·수사·체포·구금의 칼날이 춤추는 현실 앞에서 스스로 ‘내 안의 검열관’을 작동시켰다. 심지어 여론조사에도 속마음을 노출하길 꺼렸다. 대신 가슴속 응어리와 분노, 경멸감은 안으로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이를 공안통치의 승리로 받아들이며 더 큰 자만심에 빠져들었다. 응축된 에너지는 일시에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이번 선거 결과다. 정부의 선거 민심 수렴은 국민들의 가슴속에 공포와 분노의 싹을 키워온 반민주적 국정운영에 대한 일대 혁신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자기만 옳다는 식의 배타적 국정운영, 밀어붙이기식 정책 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이 대통령이 핵심적 국정과제로 밀어붙여온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사형선고와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그동안 여권 안의 불협화음조차 조율하지 못한 채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충청권 민심 회유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 참담하다. 이제는 국민투표 카드도 꺼낼 수 없음이 입증됐다. 오로지 길은 하나, 세종시 수정안을 접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리고 공연한 평지풍파로 국력을 낭비하고 국론분열을 초래한 데 대해 분명히 책임을 지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4대강 사업 역시 전면 중단돼야 한다. 4대강 사업은 그 자체로도 환경파괴, 수질오염 등의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절차적으로도 관련 시·도와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치명적 흠을 안고 있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야권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일제히 4대강 사업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데는 이런 사정도 있었다. 그리고 낙동강(경남)을 비롯해 금강(충남 및 충북) 지역 등에서 야권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잘못은 늦었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는 게 현명하다. 정부는 공사를 현시점에서 동결하고 이미 공사가 진행된 부분을 어떻게 손볼지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시·도지사들과 협의해 나가길 권한다.

셋째, 대결적 대북정책 기조의 전면 수정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천안함 사건이라는 북풍의 회오리 속에서 유권자들이 오히려 여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자명하다. 남북관계를 더는 위험 속으로 몰아넣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정부의 대결정책으로 안보가 증진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각의 결과다. 국민의 동의와 신뢰 없는 외교안보 정책은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할 뿐임을 이 대통령은 되새겼으면 한다.

임기응변만으론 안 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의 겸허한 자세다. “심판이 아니라 견제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는데 여당이 너무 세지는 것을 국민들이 염려한 것 같다”(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는 따위의 말에 솔깃하거나, 그렇게 믿어서는 곤란하다. 시기적으로도 이제 이 대통령은 임기의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다. 정면돌파를 시도할 수도 없으려니와, 눈속임으로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는 데도 한계가 왔다. 이 대통령의 진정한 자기성찰과 환골탈태만이 대통령이 살고 나라가 사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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