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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확실하면서도 질서있게 교육의 기본 다시 세워야 |
전국 교육감을 직선으로 뽑는 첫 선거에서 진보를 자임한 후보가 6명이나 당선했다. 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사는 서울·경기 지역을 비롯해 호남권과 강원도까지 진보 교육감을 선택한 이런 결과에서 교육의 변화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 교육 현실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수월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를 확대해 입시부담을 가중시키고, 일제고사와 수능 성적 공개를 통해 학생간·학교간 지필고사 경쟁을 강화함으로써 아이들은 시험과 경쟁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런 맹목적 경쟁을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사교육비를 투입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게다가 교육현장은 온갖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장 인사를 사고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산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우리 교육의 한 축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사집단에 대한 마녀사냥에만 골몰했다.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멋대로 공개하고, 민주노동당에 소액 기부한 교사까지도 파면·해임하겠다고 을러댔다. 교육감 선거를 전교조 심판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런 잔꾀에 넘어가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의 과제를 내걸고 분투해온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사례를 똑똑히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김상곤 실험’은 우리 교육에도 새로운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진보 교육감만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보와 보수를 넘어 모든 교육감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댈 때 더 나은 대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새 교육감들이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잘못 가고 있는 이 정권의 교육정책에 제동을 거는 일이다. 당장 현안으로 걸려 있는 교사징계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전교조를 개혁의 동반자로 끌어안아야 한다. 일제고사는 표집방식으로 바꾸고, 평가방식 역시 획일적인 교육을 창의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해야 한다. 교장공모제와 혁신학교 등 새로운 실험을 적극 장려해 공교육 내부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한 무상급식 문제는 각 시·도의 형편에 따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다.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교육 주체들의 동의를 구해가며,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급하다고 서두르다간 개혁 자체를 그르칠 위험이 높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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