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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06 18:48 수정 : 2010.06.06 18:48

케이비(KB)금융지주의 회장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각축전이 볼썽사납다. 회장으로 유력한 사람들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이런저런 개인적 인연으로 얽힌 사람들이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이라는 케이비금융의 회장 선임이 ‘엠비맨’들의 잔치로 전락한 셈이다. 이래 가지고는 이 정부가 추구하는 금융선진화는 요원하다.

지난주말 케이비금융 회장추천위원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은 그의 이력에서 보듯 전형적인 ‘엠비맨’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대 경영학과 2년 후배인 그는, 지난 3월 한국은행 총재 선임 과정에서도 후보 물망에 올랐으나 재산 문제 등으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로 회장직에 공모한 이철휘 캠코(자산관리공사) 사장도 이명박 정권과 특별한 관계다. 이 사장은 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인 김백준씨의 매제인데,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집사’로 불릴 만큼 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두 사람은 이런 지적에 대해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케이비금융 회장으로서의 업무수행 능력과 자질을 갖추면 됐지, 개인적인 인연을 들어 문제삼는 게 불합리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케이비금융을 이끌 자질과 능력을 갖췄는지부터 의문이다. 어윤대 위원장은 한은 금통위원과 정부 자문기관 위원 등을 거치기는 했으나 직접적인 은행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대표적인 관변학자이다. 이철휘 사장도 재무관료 출신이긴 하나 금융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능력 유무를 떠나 정권 핵심과 가까운 인사들이 민간금융회사 대표가 되면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 입김을 업고 선임된 사람이 정부 정책 방향을 거슬러가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금융회사 경쟁력만 더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등 경제관료 출신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케이비금융은 민간회사인데도 정부의 직간접적인 개입으로 지난해 9월 이후 회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이런 경영 공백 끝에 고작 한다는 게 ‘엠비맨’ 자리 챙겨주기라면 케이비금융의 앞날은 암울하다. 그것은 곧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불행이기도 하다.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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