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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성 강화와 반대로 가는 한국방송 조직개편 |
<한국방송>이 어제 프로듀서(피디)들이 제작하는 시사 프로그램 일부를 보도국 관할로 바꾸는 등 보도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높은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최종안은 안팎의 비판을 받은 초안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이에 따라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사장의 입김이 더 커질 거라는 비판과 반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 축소다. 편성본부를 사장 직속의 편성센터로 바꾼 것부터 그렇다. 어떤 프로그램을 내보낼지 결정하는 편성본부를 둔 것은 경영과 편성, 제작을 분리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는 게 기본 취지였다. 사장 마음대로 특정 프로그램을 빼고 넣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 기능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편성센터로 축소되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입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한국방송이 친정부 편향을 노골화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보도국에서 만드는 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큰 시사 프로그램들이 보도국 관할로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피디들의 시사 프로그램은 뉴스에서 소외되는 분야들을 적극 발굴하는 몫을 해왔다. 한국방송의 ‘추적 60분’이나 <문화방송>의 ‘피디수첩’ 같은 프로그램이 그런 사례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보도국의 통제를 받게 되면 소재나 시각의 다양성이 죽어버릴 우려가 높다. ‘피디 저널리즘 죽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스 제작 과정에서 객관성·적절성 따위를 따지는 ‘뉴스 게이트키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 또한 우려를 낳고 있다. 원론적으론 내용 검증 강화를 탓할 이유는 없으나, 현재 한국방송의 행태를 보면 간부들의 개입이 늘수록 보도가 편향될 위험이 높다. 이밖에 라디오본부를 라디오센터로 축소함으로써 새롭게 주목받는 매체인 라디오를 홀대한 것이나, 카메라·제작기술·미술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성을 배려하지 않은 직종 통폐합도 옳은 방향이 아니다.
이런 문제투성이 개편안으로는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방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한국방송 경영진은 이제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의 불신은 더 커지고 현재 검토하고 있는 텔레비전 수신료 인상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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