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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소득층 위주로 세금 부담 더 늘려야 |
감세정책의 유효성을 둘러싸고는 여전히 논란중이다. 감세로 대기업 등 민간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커지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감세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감세로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한데 재정적자만 늘어나 오히려 경제 운용에 부담을 준다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논란 이전에 세금 부담 수준 자체가 선진국에 견줘 너무 낮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들어 시행된 대대적인 감세정책으로 고소득층의 세부담 수준은 더욱 낮아졌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은 11.8%였다. 이것저것 공제하고 실제로 내는 세금이 전체 소득의 11.8%라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평균 실효세율인 25.6%에 견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세금은 적게 낼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금을 적게 내면 나라살림 규모가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나라가 국민을 위해 해주는 복지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육아나 노후생활 등을 대부분 개인이 책임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은 별문제가 없겠지만 저소득층을 비롯한 다른 계층은 버텨내기 힘들다. 실효세율 자체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려 최소한의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재정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대적인 감세정책으로 실효세율은 더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실효세율 감축비율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더 컸다. 지난해 저소득층의 실효세율은 전년보다 3.26% 떨어진 반면 고소득층은 3.80% 낮아졌다. 이는 이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고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봤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진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해야 할 조세정책이 오히려 소득 분배 악화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감세정책은 또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다. 2008년 11조9000억원 흑자였던 통합재정수지가 지난해 17조6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그만큼 나라살림이 어려워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감세정책을 거둬들이고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에 지출하는 돈을 줄여야 한다. 세금을 늘릴 경우 감세정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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