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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09 20:59 수정 : 2010.06.09 20:59

정부 각 부처가 논란이 많은 정책들을 일제히 밀어붙이고 있다. 6·2 지방선거 결과를 존중해 기조를 수정하는 게 마땅한 사안들을, 거꾸로 야권 당선자 취임 전에 관철해 보겠다며 속도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민심과 맞서기로 아예 작심한 듯한 모양새다.

국토해양부는 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취임하는 다음달 1일 이전에 4대강 사업 관련 인허가를 마치겠다면서 공사 발주 등을 강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준설토 적치장과 농경지 개조사업에 필요한 계약을 곧 퇴임할 단체장과 서둘러 맺으려 하고 있다. 국토부는 또한 시공업체들에 공사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해, 업체들이 밤샘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또 교육과학기술부는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전교조 교사들을 새 교육감이 취임하기 전에 빨리 징계하도록 시·도 교육청에 지시했다. 행정안전부 역시 서울지역 야당 구청장 당선자들의 뜻과 달리 공무원노조 소속 공무원들을 서둘러 징계하라고 지자체에 종용했다.

정부는 야권 단체장과 진보 교육감들이 취임하면 제 뜻을 관철하기 어렵다고 보고 나름의 수를 생각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 정도를 벗어난 편법이며 무리한 조처다. 선거 뒤 업무 인계 단계에서는 중요한 정책 결정과 인사 조처 등을 보류해야 한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설령 이런 방식으로 중앙정부가 퇴임하는 단체장들을 일시적으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새 단체장과 교육감은 취임하는 대로 유권자한테 승인받은 자신의 정책을 펴기 마련이다. 정부의 무리한 조처는 실효성을 발휘하지도 못하면서 혼란과 마찰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방선거 패배 뒤 일주일이 되도록 선거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대신 청와대 참모를 통해 “한번 입장을 정하면 꾸준히 가야 한다”며 선거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각 부처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대통령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정부여당의 패배에는 국정운영의 합리적 절차를 생략하고 편법과 속도전을 일삼은 데 따른 반발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여전히 민심을 깨닫지 못하고 더 그릇된 길을 찾아가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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