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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정능력 못 보인 검찰, 외부에서 개혁 나서야 |
‘검사 향응 리스트 파문’ 진상규명위원회가 어제 검사 10명에 대한 징계의견 등을 내고 조사 활동을 마쳤다. 위원회 산하 검찰진상조사단이 한 달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결과라지만, 국민이 수긍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진상조사단은 제기된 의혹 상당수를 석연찮은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고, 확인된 혐의조차 대가성이 없다며 면죄부를 줬다. 검찰 스스로 제 잘못을 바로잡으리라고 기대한 게 애초 무리였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 관련자에 대한 처벌 의지가 있었는지부터 의심된다. 조사 결과 검사들이 제보자인 건설업자 정아무개씨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실은 일부 확인됐다. 또 이들 검사 가운데 몇몇이 정씨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에 대해 담당 검사에게 청탁 전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과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도 진상조사단은 대가성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들이 대가성을 부인하는데다 향응과 청탁이 시기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이유다. 처벌 대상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우습거니와, 성접대 따위 향응이 바로 지난해에 있었으니 시간 차이를 내세우는 변명도 통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었으니 제 식구 봐주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진상규명위는 진상규명에도 실패했다. 진상규명위 설명대로 제보자인 정씨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의혹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혐의점을 찾아 조사하는 게 옳은 자세다. 진상조사단은 그러는 대신 소극적인 사실확인만으로 ‘스폰서’ 의혹의 상당부분을 배척했다. 진상규명위는 또 조사가 미진한 이유로 정씨의 조사거부를 내세웠지만, 정작 정씨는 대질조사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여러모로 진상조사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조사로 이번 파문이 해결될 수는 없다. 검찰의 자정능력이 의심되는 터이니 검찰조직에서 독립된 특별검사가 이번 일을 수사하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이번 파문이 한창이던 지난달에도 검사들이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태연히 향응을 받고, 지역 유력인사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마당이다. 한나라당은 수사 범위를 제한하자는 주장을 거둬들이고 스폰서 의혹에 대한 전면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일로 검찰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검찰을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검찰에 기소독점권 등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탓이라고 봐야 한다. 개혁 방향도 비대한 검찰권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쪽이어야 한다. 검찰이 내세운 ‘검찰문화 개선과 감찰권 강화’ 정도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 자정능력을 보이지 못한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검찰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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